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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고 책을 갖는 사람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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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고 책을 갖는 사람들 – 책을 소비하는 현대인의 심리 분석

읽지 않고 책을 갖는 사람들

 

책은 오랜 시간 동안 지식의 매개체이자 정신의 양식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책 소비 행태를 바라보면,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눈에 띄는 현상은, 사람들이 책을 구매한 후 실제로 읽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서가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바라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이들의 심리에는, 단순한 독서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습니다.

 **‘읽지 않고도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다양한 관점에서 정중하게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책을 갖고 싶어 하는 욕구는 단순한 정보 접근의 차원을 넘어서 정체성과 관련된 행위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책을 갖고 있는지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지를 표현하려 합니다.

이는 마치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레코드를 모으는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은 ‘책을 읽는다’는 실제 행위보다 더 강렬하게 작동하기도 합니다.

또한 책은 공간의 상징물로써 기능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SNS나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책장을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가 많아졌습니다.

이는 책이 더 이상 단순한 읽을거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책을 배경에 두는 것은 지적이거나 신뢰감 있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스스로에게도 일종의 자긍심을 부여하는 요소가 됩니다.

즉, 책은 독서라는 행위 이전에 ‘갖고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부여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책을 구입하는 행위는 자신이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기 암시적 행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읽지 않더라도, 책을 구입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는 **‘가능성의 소비’**라고 볼 수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소비되는 많은 것들이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꼭 쓰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다양한 노트나 펜을 구매하는 심리와도 유사합니다.

또한, 책을 갖는 행위는 불안의 해소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 환경 속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혹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불안이 책을 소유하게 만듭니다.

이 경우 책은 일종의 ‘심리적 보험’ 역할을 합니다.

지금 당장은 읽지 않더라도,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책을 소유하게 만들며, 그로 인해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죠.

이러한 경향은 **북테크(Book-Tech)**라는 새로운 소비문화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테크란 책을 지적 자산 혹은 SNS 콘텐츠로 소비하면서, 실제로는 읽지 않는 방식의 문화입니다.

이는 책이 본질적 가치보다는 외형적·사회적 가치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북테크는 일종의 ‘책으로 이미지 투자하기’이며, 단순히 외적인 과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고려된 소비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결코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책을 소유하려는 욕구 속에는 여전히 ‘배움’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경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비록 당장은 읽지 않더라도, 책을 가까이에 두려는 태도 자체는 자기 성장에 대한 열린 자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을 고르고 구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관심사와 세계관을 정리해볼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 측면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책을 반복적으로 사면서도 다 읽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자책 또한 ‘성장하고 싶은 자신’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책을 통해 스스로에게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그런 점에서 책을 소유하는 행위는 여전히 가치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콘텐츠의 소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속도 속에서 종이책은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를 자문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책은 여전히 사람의 삶을 매만지는 조용한 도구이며, 때로는 읽지 않고도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언의 매개체입니다.

마무리하며, 읽지 않는 책을 소유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단순히 ‘허세’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 속에는 복합적인 심리와 시대적 맥락이 담겨 있습니다.

 

책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의 저장소가 아닙니다.

책은 문화이고, 상징이며, 자신을 비추는 거울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책을 소유한다는 행위는 여전히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우리 시대 독서 문화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