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책의 소유는 자존감의 일부가 되는가(2)

반응형

책의 소유는 자존감의 일부가 되는가 – 정체성과 책의 관계

책의 소유는 자존감의 일부가 되는가

책장은 단순히 책을 꽂아두는 가구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책장은 곧 자신의 정신적 자화상입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책을 갖고 있는지가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시대.

 책을 소유하는 행위가 자존감과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그리고 책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이미지와 자아의 경계에 대해 정중히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점점 더 다양해졌고,

그중 ‘책’은 비교적 지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간접적 자기표현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책장을 SNS 배경으로 두고, 어떤 사람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일부러 테이블 위에 올려둡니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서, 자신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고 싶은 본능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그 본능은 자존감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책을 소유함으로써 사람들은 마치 '나는 성찰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내비치게 됩니다.

특히 책의 주제나 저자, 출판사, 디자인까지 고려하여 책을 선택하는 행동은 단순한 소비가 아닌,

자아 구성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란 스스로를 긍정하는 힘인데, 책은 그 긍정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알고 싶은 사람인지에 대한 자기 확인이 책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독서층에서도 종종 나타납니다.

책을 전혀 읽지 않더라도 ‘그럴싸한 책’을 책장에 꽂아두는 이유는,

그 책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이미지’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책을 갖고 있으니까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이미지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일정 부분 채워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 심리의 근본적인 구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책은 또한 비물질적 가치에 투자하는 행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옷이나 가구처럼 눈에 띄는 물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는 것은 미래의 나를 위한 간접적인 자기 강화입니다.

이것이 책과 자존감의 관계가 결코 단절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물리적 소유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은 정서적으로 채워진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항상 자존감을 채워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책을 읽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나, 책만 쌓아놓는다는 무력감이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책과 자존감 사이의 관계가 단순히 일방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는가입니다. 실제로 독서량이 많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을 곁에 두고 꾸준히 들여다보는 행위는 자존감을 천천히 회복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결국 책은 자존감의 외부 지지대가 될 수도 있고, 자아 성찰의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종종 겹칩니다.

‘읽지 않고 책을 소유하는 행위’가 겉보기에 허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욕망은 비난보다는 이해받아야 할 인간적인 면모입니다.